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정부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 지역 불법 부동산 투기 문제가 뜨거운 사회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안산시가 3기 신도시에 포함된 안산 장상지구 내 불법 개간 행위를 묵인한 사례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불법 개간’ 의혹이 불거진 부곡동 A 필지에 세워진 비닐하우스 모습. 사진=오만학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정부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 지역 불법 부동산 투기 문제가 뜨거운 사회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안산시가 3기 신도시에 포함된 안산 장상지구 내 불법 개간 행위를 묵인한 사례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안산시의 묵인 아래 ‘농지’로 지목이 변경된 해당 필지는 개간 이후 반년 만에 시세가 4배가량 폭등했다.◇국토부는 ‘안된다’는데…안산시, 농사도 안 짓는 개발제한구역 개간 승인5일 안산시와 대법원인터넷등기소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7년 12월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소재 임야 A 필지(1373㎡)를 밭으로 바꾸는 토지 형질변경의 건을 승인한 이후 이듬해인 2018년 2월 이 필지의 지목을 밭으로 최종 변경했다.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지역 및 자연녹지지역이었지만 토지 주인인 B씨는 ‘농업’을 이유로 지난 2017년 안산시에 토지의 형질변경을 요청했고, 시는 같은 해 12월 ‘허가’, 이듬해 1월 ‘준공’을 거쳐 그 해 2월 해당 토지의 지목을 변경하는 행정 절차를 이행했다.문제는 이 같은 토지 지목 변경은 엄연한 불법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침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는 점이다.안산타임스가 입수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 서울특별시장, 부산광역시장, 경기도지사 등 전국 광역자치단체장에게 보낸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전용산지에 대한 처리지침 통보’ 공문을 보면 국토부는 각 광역자치단체에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개발제한구역법)」을 위반하여 공부상 지목과 현황이 달라진 토지는 지목을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전 토지에 대해서만 그 지목 변경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난 1976년 12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A 필지는 토지의 형질변경이 불가능하다.이에 대해 안산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동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 묘지로 사용됐고, 오랫동안(최대 8년) 농지로 사용되어 왔다는 것을 감안해 굳이 수목을 심어 원상복구 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형질변경을 승인했다”고 해명했다.‘불법 개간’ 의혹이 불거진 부곡동 A 필지의 2006년(사진 왼쪽) 항공사진 모습과 형질변경 직전인 2016년 당시 항공사진(오른쪽) 사진=다음 지도 캡처. 승인 부서조차 “희귀한 사례”…“이거 깊게 파면 공무원 다친다”그러나 「개발제한구역법」에서는 ‘영농을 위한 토지의 형질변경의 경우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형질변경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도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아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본지 취재진이 A 필지의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곳에는 비닐하우스가 쳐져 있었다. 개발제한구역법에서는 비닐하우스를 ‘건축물’로 보지 않지만, 해당 비닐하우스는 농사 목적이 아닌 각종 잡다한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농사 용도가 아닌 창고로 사용되는 비닐하우스는 건축물로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특히 동 부지 인근 주민들은 “해당 필지의 주인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또한 안산타임스가 해당 필지의 토지 형질변경 승인 이전(2006년 12월) 항공사진을 확인한 결과 동 부지는 인근 산 지역에 버금갈 정도로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수목이 없어 임야로서의 보전가치가 없다’는 안산시의 주장과는 상반된다.그러나 안산시는 해당 필지 주인에게 약 1464만원(‘대체산림자원조성비’ 790여만원 + ‘산지전용복구비’ 674여만원)의 이행강제금만 부과하고 석연치 않게 토지의 형질변경을 승인하며 불법을 사실상 방조했다.안산시의 이 같은 형질변경 사례는 내부에서조차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다. 안산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최근 약 2년여 동안 이와 같은 형질변경 신청 사례는 없었다”라며 “희귀한 사례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익명을 요구한 안산시의회 A 의원은 지난 2018년 당시에도 시의회에서 잠깐 이 이슈가 다뤄진 적이 있는데,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이 건을 깊게 파면 공무원들이 여럿 다친다’는 우려를 전해와 깊게 다루지 못하고 우야무야 됐었다“고 전했다.◇A필지, 안산시 묵인 아래 시세 폭등…장상지구 개발 보상도 예상안산시가 불법 형질변경을 사실상 방임해 오는 동안 해당 필지의 시세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안산타임스가 해당 지역의 공시지가를 확인한 결과 안산시로부터 형질변경이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2018년 1월 기준 이 지역의 공시지가는 3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2만9300원에 책정됐다. 그러던 것이 같은 해 2월 지목이 변경된 이후 5개월 만인 2018년 7월 14만3500원에 책정되며 약 4배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2020년 1월 기준 공시지가가 15만2500원으로 2년 전인 2018년 2월보다 약 1만원 조금 못 미치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폭의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이 지역은 지난 2019년 5월 장상지구 공공주택공급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정부로부터 막대한 토지보상도 예상되는 실정이다. 한 지역 부동산 전문가 C씨는 ”공공택지개발지역 지정으로 농지를 뺏기는 농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하는 정부 입장을 감안할 때 ‘임야’보다는 ‘밭’이 훨씬 많은 보상을 챙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회 | 오만학 기자 | 2021-04-05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