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선택의 십계
직업선택의 십계
  • 매일경기
  • 승인 2020.10.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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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기자칼럼ㅣ

신도성 시민기자
신도성 시민기자

경남 거창고등학교 강단 뒤편 액자에 직업선택의 십계가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로 하는 곳이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소위 직업선택의 십계명이라 불리는데 읽어본 독자의 마음은 어떤가? 편안한가? 불편한가? 아무런 반응도 안 느끼나?

부모의 온전한 삶을 영끌해서 자녀교육에 올인해도 시원치 않은 교육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 교과서에서나 나올 수 있는 좋은 가르침이지만 내 자식에게 실제 적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만일 거창고등학교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직업선택의 십계를 문구 그대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면 벌써 외면당하고 잊혀졌을 것이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벗어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면 질수록 직업선택 십계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2015년 발간된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 (강현정 전성은 지음) 책에는 직업선택의 십계를 풀어서 소개하고 있다.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은 “세상이 재물과 군사력을 힘으로 보지만 사랑을 힘으로 보는 가르침 그것이 직업십계명의 가르침이다.” 말하면서 인간의 참된 힘과 행복과 성공은 월급이 많은 쪽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왕관이 있는 쪽에 있는 것도 아니며 단두대가 있는 쪽이라고 강조한다.

월급이 많은 쪽이나 남들이 앞을 다투어 모이는 쪽을 택하면 본인의 고유한 색깔을 잃을 수도 있으니 그런 곳에는 가지 않으면 좋겠다는 가르침이다. 거창고에서 이것을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은 졸업생들이 힘의 논리에서 강자가 되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즉 세상에 힘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힘 모으는 일에만 매달리지 말자는 가르침이다.

젊은 학부모 어머니로 구성된 지역 인터넷 까페에 직업선택의 십계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까페 회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았다. 대체적으로 좋은 얘기이고 교육적으로 바른 정신을 심는데 필요한 교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만일 당신의 자식이나 남편과 같은 가족이 직업십계명의 기준으로 직장을 선택한다면 환영하겠는가? 물으니 대부분의 댓글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남의 이야기라면 옳은 가르침이라고 하면서도 막상 나의 경우라면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나 가정에게 있어서 직업은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요즘처럼 취업이 오랫동안 어려운 시즌에는 더욱 더 그렇다. 이러한 경향은 노량진으로 대표되는 공시촌에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서 생활하며 꿈과 이상을 접고 안정적인 직업과 더 안정적인 철밥통을 쟁취하려는 비합리적인 현상으로 표출되었다.

공시촌 그들은 컵밥과 원룸, 그리고 인터넷강의와 사설학원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365일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추석명절도 데이트도 낭만도 미뤄둔 채로 말이다. 교육혁신위원장 역임한 전성은 거창고 전 교장이 수원에서 강연하였을 때에 많은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공부와 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내 자녀만 잘되기만을 바라는, 그래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자녀교육을 해줘야 하는지를 물었다.

전성은 전 교장의 답변은 의외로 단순하다. 학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특수한 비법을 기대하였던 학부모들은 평범한 답변에 쓰디쓴 약초를 한입 깨문 표정을 지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직업선택의 십계를 본인의 경우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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