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의 상징 - 김홍도의 <황묘농접도>
무병장수의 상징 - 김홍도의 <황묘농접도>
  • 매일경기
  • 승인 2021.02.15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ㅣ김영희의 미술세계ㅣ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황묘농접도는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린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의 대표작가인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연풍 현감으로 재직 중이던 40대에 그린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새와 동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영모화라 하는데, 그림 가운데의 접힌 흔적으로 보아 화첩에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황묘농접도를 들여다보면, 화사한 햇빛에 물들어 따뜻한 기운이 한껏 감도는 봄날에 볼 수 있는 광경이 정겹게 묘사되어 있다. 길게 뻗은 날개를 지닌 검푸른 제비나비의 팔랑거리는 몸짓이 마냥 가볍다. 살금살금 걸어가던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며 멈칫하는 동작과 크게 치뜬 눈이 실감 난다. 고양이는 나비를 쳐다보다가 사냥꾼으로서의 본능이 일깨워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재미나는 점은 작품의 제목과 달리 오히려 나비가 고양이를 놀리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새끼 고양이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려는 제비나비의 비행이 상상되며,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정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바위 곁에 활짝 피어난 패랭이꽃과 파란빛의 풀이 돋아난 들판은 봄 향기를 내뿜고 있다. 색채의 조화와 생기가 흠뻑 느껴지는 화창한 날이다.

 

한가하고 평화로운 풀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김홍도는 안정된 구도로 화폭에 옮겼다. 대상의 모습을 순간 포착하여 섬세하게 묘사하고 오가는 교감을 생생하게 드러내니,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다정함이 흘러넘치는 이야기를 읽는 듯 절로 미소짓게 된다.

황묘농접도는 표면적인 소재 외에도 특별한 점을 지녔다. 노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뜻이 담긴 그림이다. 예로부터 고양이는 70세의 노인을, 나비는 80세의 노인을 상징했다. 또한, 바위는 십장생의 하나로 불로장생을 뜻한다. 그 언저리에 어우러져 핀 패랭이꽃은 한자로는 석죽화라 불리며 그 발음이 축하를 떠올리게 한다고 하여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사용되며, 꽃의 불그스름한 색감이 혈색 좋은 얼굴 같다 하여 청춘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짚어볼 만한 점은, 여름에 피는 패랭이꽃을 봄 풍경과 함께 그려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실제의 자연을 반영하는 그림이 아니라, 노인의 건강과 장수를 고대하는 마음을 전하려는 의도를 갖고 그려낸 길상화임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뛰어난 솜씨로 그려진 그림에 화가의 따스한 마음마저 함께하니, 이 그림을 선물로 받은 노인이 얼마나 흡족한 마음이었을지 눈에 선하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시국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과 함께하면 어떨까? 좋은 기운으로 꾸며진 그림은 마음의 영양제가 되어, 가물가물한 선잠이 드는 와중에도 즐거운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창가로 스며드는 연둣빛 볕에 한가롭게 몸을 맡기고, 호의와 사랑이 가득한 그림을 곁에 두면 더욱 평온한 일광욕이 되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