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극장’
‘인간 극장’
  • 매일경기
  • 승인 2021.07.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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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정인숙 교육칼럼ㅣ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인간극장’ 프로그램은 KBS 1 TV에서 2000년부터 편성하기 시작하여 현재에도 오전 7시 50분 주중에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인간극장’은 드라마 같은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매일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촬영하여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삶인 것처럼 마음에 녹아들게 한다. ‘

아흔둘 학순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제목의 프로그램은 마흔 일곱에 쓰러진 남편을 마흔 두 살부터 38년 병간호하면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다섯 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가르치신 후, 노후에는 자신만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시며 큰아들과 살고 가고 있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사랑은 지금부터’는 남편이 나무 농사만을 고집하여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아내와 헤어지고 15년을 세 아들과 함께 살던 온 이혼남인 임희원(60세)씨와 26세에 결혼했지만 31세에 ‘아이를 나을 수 없다는 이유’로 쫒겨나다시피한 이혼녀 임연춘(63세)의 이야기이다.

연춘씨의 친정어머니께서는 딸의 결혼 실패를 마음 아파하시면서 그 이듬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 연춘씨는 동생들에게 엄마노릇을 하며 밤낮없이 일만하여 살아왔다. 그러던 6년 전 여름 희원씨를 만나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었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 6년차인 지금 제2의 인생을 서로의 편이 되어,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행복한 인생 후반전의 이야기이다.

이 외에도 자식의 죽음, 남편이나 아내의 투병기, 사업 실패 등 수 많은 아픔을 극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이웃의 이야기들이 방영된다. ’인간극장‘을 시청하면서 인생의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결국 안정된 삶을 이루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겪은 시련은 더 성숙한 마음가짐이 되어 평안한 일상을 유지하는 밑거름이 된다.

특히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시청을 하게 되면 미리 귀촌을 하여 부부가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진정한 사랑은 노년의 애틋함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편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가까워진 형제·자매들이 가까이 살면서 소소한 일상에 ‘하하 호호’ 웃으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 ‘참 인생을 잘 살아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그들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인간극장에 아직 출연하지 못했지만 길고 긴 인생을 살아 온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인간극장 출연 후보이다.

몇 일전 주말을 이용해 경북 봉화로 남편 일행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 곧 정년을 앞 둔 필자는 전원주택에서 나무와 꽃을 가꾸며 살고 싶지만, 남편은 절대 전원생활은 싫다고 한다. 그런데 봉화산골에 17년 전 땅을 사서 기반을 마련하고 10년 전부터 집을 짓고 농장과 팬션을 겸하여 운영하는 부부가 살고 있다.

견학 겸 함께 가보고 싶었던 그 집의 명패는 ‘어사이재(於斯已齋) ‘지금 여기서 이대로’이다. 지금은 부부가 부지런하게 넓은 집을 가꾸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사연이 없을 리 없다.

안주인 김영자씨는(64) 시어머님을 결혼하면서부터 30여 년간 모시고 살았던 큰며느리이며 교사였다. 일반학교에서 근무하다 특수학교로 전근하여 13년을 장애인 교육에 헌신했다. 그러는 중에 ‘유방암’이 발병했다.

남편은‘ 아내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것을 접고 봉화로 이사를 갔다. 아내는 봉화에 있는 일반학교로 급히 전근을 하여 작은 시골마을의 학생을 가르치며, 치료에 전념했다. 지금은 암이 완치되어 봉화에서 유일한 ‘열린 책방’을 무인가게로 경영하며 동네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디자이너 딸이 동대문에서 만든 옷들을 엄마에게 기증하여 아주 저렴하게 파는‘ 열린 옷방’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편 송치황씨(69세) 또한 대단하다 마라톤과 삼종철인경기를 일곱번이나 완주 했고, 지금도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는 중이다. 남한강, 영산강, 섬진강, 금강를 완주하고 가을에는 낙동강 종주를 계획하고 있다. 멋진 카페와 노래방 건물을 아담하게 지어 기타와 색소폰을 연주하며 취미생활도 즐긴다.

지금은 그림을 배우러 매주 일요일 서울에 간다, 그에게 삶이란 ‘도전’이다. 젊은 시절 하고 싶었던 운동, 음악, 미술 다양한 것들을 즐기면서 나이가 들어도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야기 거리가 풍성한 이 부부는 인간 극장 출연의 예비 후보이다.

젊은 시절은 늘 시간에 쫒기며 직장생활을 하고 가족을 돌보면서 그야말로 의무를 잘 수행 하면서 살아왔다면, 나이가 들면 직장, 자녀, 경제 문제 등에서 벗어나 자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김형석 교수는 ‘100세를 살아보니 65세에서 75세까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셨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60세 이후 인생 계획이 오히려 더 중요한 것 같다.

인생은 누구나 ‘인간 극장’이다. 아픔과 실패, 좌절, 시련, 가슴앓이가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도 ‘인간극장’은 삶에 대한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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